뼈로 읽는 옛사람, 뼈에 새겨진 또다른 한국사 추정 16세, 155cm, 과도한 무릎 사용… 순장 소녀 송현이의 슬픈 사연 납작한 돌로 머리를 눌러 머리뼈를 변형시킨 고대 가야인의 편두 풍습 경주의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아이는 왜 우물에 빠졌을까? 은평구 진관동은 조선시대 무덤 자리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임진왜란의 격전지 동래읍성의 해자에서 발견된 뼈들의 주인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송현이’ 2023년 9월 17일,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가야 고분군은 고대 가야 문명을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서, 이 책 『닥터 본즈 우은진의 뼈때리는 한국사』에서는 그중 ‘창녕군 송현동 고분군 15호분’을 첫 장으로 다뤘다. 발굴 당시 중요 유물은 도굴로 사라졌으나, 주피장자의 발치 쪽에서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있는 네 명이 순장된 것으로 밝혀진 고분군이다. 매장된 네 명 중 가장 북벽 쪽에 놓인 ‘순장 소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가 가장 잘 남아 있었던 덕분에 당시 국내에서 시도 가능한 모든 분석이 총망라되어 진행되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장비와 기법이 총동원되었다. 아직 남아 있던 세 번째 어금니인 사랑니 분석을 통해 나이는 16~17세로 추정되었고, 한국전쟁 때 사망한 아시아인 집단의 뼈대를 이용해 만들어진 공식으로 약 155센티미터로 추정된 순장 소녀 ‘송현이’는 해부학과 법의학, 법치의학, 유전학, 고병리학 등 다양한 현대 학문의 힘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이 땅에 살았던 옛사람들이 얼마나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았는지 사료나 유물로는 알기 어렵지만, 뼈에는 그들의 삶을 유추할 만한 단서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삼국시대 사람들이 충치를 얼마나 앓았는지 문헌으로는 알 수 없으나 치아에는 그 정보가 남아 있다. 또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나 평균 키를 복원할 수 있는 정보도 뼈에는 남아 있다. 뼈를 보면 삶이 보이고 그 삶이 역사가 되는 순간, 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뼈에 기록된 역사는 삶과 죽음의 경험 안에서 축적된 실증의 역사다. 이 안에서 사람의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 파편화된 정보들의 융합을 통해 마침내 더 깊은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