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동양의 하와이'오키나와. 그러나 오키나와는 '류큐琉球'라는 이름의 왕국이었다가 제국 일본의 '내부 식민지'가 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낯선 류큐 왕국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책이다. '신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류큐 왕국의 세밀한 내면과 역사적 풍경이, 오늘날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류큐 왕국의 흔적들과 함께 펼쳐진다. 저자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오키나와 신화 연구자이다. 박사 논문을 쓰면서 처음으로 오키나와 신화와 학문적 인연을 맺었다. 미야코지마를 주변부화한 류큐 왕조에 대한 관심은 여기에서 비롯되었고, 이후 오키나와 구비 설화에 보이는 풍요의 신 미루쿠(미륵)에 대한 연구, 구비 신화와 인물 전설을 중심으로 한 오키나와 구비 설화 번역 등을 수행하면서 민간의 구비 신화와 왕권 신화의 상호 작용에도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자연발생적인 마을 공동체나 씨족의 신화는 이른바 '태초'로부터 비롯된 '순수한'신화인 데 비해 왕권의 절대성을 위해 '창안'된 국가의 신화는 지배를 위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는 통념이 과연 신화 일반에, 또는 신화사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가를 문제 삼는다. 이는 한국 인문학의 관심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미에서 한국 인문학의 역량을 보여주는 역저로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