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서스펜스/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글래스키상 수상작. 남다른 가족사를 배경으로 외딴섬에서 고독하게 성장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송진》은 여타 북유럽 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다. 남들과 다소 다른 이유로 소외당하는 비사교적인 주인공들이 엉뚱하고 짓궂은 사건 전개와 완벽한 합을 이뤄, 비극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다루고 있으며, 익숙해서 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아 충격적인 것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헬슨이라는 좁다란 땅을 통해 본도(本島)와 이어져 있는 홀데트섬. 이곳에는 목수인 옌스 호더의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들 가족은 울타리가 쳐진 농장과 작업실이 있고 자그마한 숲도 딸려 있는 집에서 본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다. 옌스의 딸인 리우라는 이름의 소녀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1인칭 화법이 주를 이루지만 때론 전지적 화법이 교차되면서 고립된 공간인 홀데트에서 벌어진 그로테스크한 일들을 전해준다. 리우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우의 집은 쓰레기장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온갖 고물과 잡동사니들이 그득하게 쌓여 있고, 2층 침실에서 누워 지내는 엄마는 살이 너무 쪄서 이제는 침대 아래로 내려올 수도 없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던 엄마는 살이 찔수록 말수가 줄어들었고, 끝내 거의 말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리우는 이런 엄마의 모습을 아이의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