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 2권. 흑인문학사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뛰어난 성취를 이룬 문학작품일 뿐만 아니라, 출간과 동시에 미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도발’이기도 했다. 당시 인종문제에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미국인들조차 하층민이자 살인자인 흑인 청년의 시점에서 미국사회를 바라본 이 작품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수차례 연극과 영화로 각색되며 숱한 화제를 남겼다. 이 작품은 한 흑인 청년이 우발적으로 상류층 백인 여성을 살해하고 백인 경찰과 자경단에게 쫓기게 되면서 백인 세계와의 관계를 통찰하는 과정을 철저히 흑인의 시각에서 묘사한다.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된 도시 하층민 흑인들의 삶을 여실하게 그려냄으로써 흑인들이 처한 전형적 상황을 재현할 뿐 아니라, 미국사회가 지닌 모순의 핵심을 파헤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흑인문학 전통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항의’의 정조를 이어받아 온전한 의미의 '저항'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사회적 모순을 삶의 총체적 맥락에서 다루면서 미국문학사의 한 정점을 장식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