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는 그의 작품들이 당대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며 깊은 인상을 남긴 탓에 한동안 파격적인 성 묘사에 능한 작가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 육체, 인간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를 통해 서구문명의 기계적이고 관념적인 세계관을 비판한 그의 작품들이 꾸준히 재조명받으며 20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패니와 애니〉는 초기작부터 원숙기의 작품들까지 로런스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빼어난 단편들을 묶은 선집으로, 1991년에 〈목사의 딸들〉로 발간되었던 것을 표제작인 '패니와 애니'를 비롯해 '눈먼 남자''해', 세편을 더하여 그간의 연구를 반영하고 역어를 다듬어 새로이 펴낸 것이다. 오랜 시간 로런스를 연구하고 소개해온 백낙청 교수의 번역에 로런스 연구자인 황정아 교수의 번역을 새로 더하면서, 기존 번역까지 전면적으로 꼼꼼히 교차 검토하여 정갈하고 깊이있는 번역으로 다시 내놓았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로런스의 단편들을 엄선하고 거듭 갈닦아 선보임으로써 로런스 문학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맛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