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나라에서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내용의 옛이야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이다. 놀랍게도 이런 일은 자주 반복되곤 한다. 역시 스위스판 '혹부리 영감'이라고나 할까. 옛이야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권선징악적 주제가 꼽추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표현되었다.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나타내었고, 명확한 설정을 통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야기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드는 것은 섬세하면서도 느낌이 풍부한 그림. 레오와 메오는 마치 쌍둥이처럼 보이는 꼽추 형제. 그러나 형 레오가 남을 잘 도와주고, 친절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한편, 메오는 말도 거칠게 하고, 걸핏하면 동물과 식물을 구박한다. 어느 가을 날, 알프스 산에 있는 오두막집을 고치러 가야할 일이 생긴다. 메오는 레오에게 일을 미루고, 마음씨 착한 레오가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 끝에서 레오는 등에 있는 혹을 털어버리게 된다. 흑백과 칼라, 전체 그림과 컷컷의 그림을 오가는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느낌을 살려냈다. 서로 얽혀 있는 듯한 깊은 숲 속의 모습에서는 금새 '솨아, 솨아'하는 바람 소리라도 들려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