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공자와 그 제자들의 '관계'로 재구성하는 논어 읽기. <논어>는 공자 사후, 그와 관련된 기록들이 모이고 한참 뒤에 편집된 문헌이다. 따라서 <논어>는 기록자의 취지와 편집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텍스트라고 볼 수 있다. <논어>의 텍스트는, 오늘날의 우리가 읽기에는 꽤 불친절하다. 이른바 '대화'라고 보기에는 문맥이 뚝뚝 끊기고, 문장의 뜻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슨 의도로 건넨 말인지를 명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 수많은 <논어> 주해서가 존재하는 이유다. 저자 김시천은 통상 <논어>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제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하는 제자 열두 명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논어> 속 텍스트의 틈새를 스토리텔링하듯 메꿔 나간다. 그 결과, 그 시대 '공자학단'을 이룬 다양한 캐릭터들의 삶은 우리가 기존의 방식으로 <논어>를 읽을 때와 미묘하게 다른 길들을 보여준다. 다 같은 길이 아니라 각각의 길로 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들이 은밀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