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소설가인 김선우의 다섯번째 시집 『녹턴』.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 낱낱의 존재들과 눈을 맞추며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특유의 여린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아름답고 여린 말을 매만져 예측하지 못한 힘을 자아내는 김선우의 시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진혼가이자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시, 격분하지 않되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투쟁가로 읽힌다. 고요한 밤을 조용히 울리며 감정을 뒤흔드는 야상곡인 듯, 신비롭고 조화로운 리듬들로 이루어진 무언가(無言家, 보칼리제)인 듯, 67편의 잘 익은 시들은 편편이 서로 공명하고 있다.